사진작가 폴리 펜로즈는 7년 전 '바디 오브 워크(Body of Wor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공장에서 옷을 벗고 자화상을 찍었다. 아버지는 경주마를 수술할 때 쓰는 탁자를 제작하는 일을 했는데, 마침 그녀는 공장에 와있었다.
그때가 계기가 되어 수년간의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작가는 잊혀진 장소에서 자신의 나체를 집어넣었다. 장소는 주로 폐가나 빈 호텔 방 같이 조용한 곳이었다. 때로는 온몸을 쭉 뻗기도, 때로는 태아처럼 자세를 취했다. 그녀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결혼과 임신 또 사랑하는 이의 죽음 등 다양한 사건을 겪은 자기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기록했다. 각 이미지는 몸과 공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변환경과) 어울리기' 고정관념을 반박한다.
City of London, 2008
그녀는 작가 프로필에 "우리는 어떤 상황, 장소, 공간에 '어울리기' 위해 애쓴다"고 설명한다. 또한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가 매우 고통스럽다. 멍이 들고 몸도 쑤신다. 모든 사진을 타이머로 찍었는데, 매번 카메라와 포즈를 취할 장소를 왔다 갔다 뛰며 수정을 해야 하는 바람에 육체적 소모가 많았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 공간에 몸을 망치로 때려 넣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촬영 장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것처럼 장소도 자신의 마음에 흔적을 남겼다고 허핑턴포스트에 이메일을 통해 설명했다. 펜로즈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사진들은 일종의 개인적 일기가 되었다. 나의 경험과 감정에 대한 기록처럼 말이다."라며 "그리고 촬영이 얼마나 어려웠고, 고통스러웠으며, 차가웠고, 무서웠는지, 나의 경험과 심정이 사진에 겹쳐져 있는 것 같다. 멍이나 상처처럼 쉽게 없어지지 않는 심리적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관객들로부터 숨어 있는, 나만의 것이라 더 좋다. 내 작품에 대한 나만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라고 말했다.
Left: London, October 2008; Right: London, September 2010
펜로즈는 자신의 몸을 침대, 의자, 책장, 옷장 위에 늘어뜨리면서도 얼굴은 꼭 가렸다. 그녀의 육체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어떠한 심리적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작품이 묘사하는 허벅지나 복부의 선을 분석하려고 하다가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의미가 내포된 몸짓언어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녀는 "각 사진은 특정한 순간을 담고 있다. 마치 인생의 달력에 표시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전했다.
London, June 2011
펜로즈의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그녀는 배경으로 이용하고 싶은 장소들이 더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영국 클라리지 호텔의 연회장,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 극장, 영국은행이다. 우선 이제까지 그녀가 작업한 사진을 아래에 소개한다. 공간을 재정의하는 그녀의 누드 자화상은 여기(클릭!)에서 더 감상할 수 있다.
Oxford I, June 2011
Left: London, March 2012; Right: London, April 2014
Italy, June 2011
London, September 2012
Oxford III, June 2011
Dorset, December 2007
Oxford II, Jun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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